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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디지털

희미한 옛 조상의 그림자

느린악장 2012. 12. 23. 00:01

 11월 11일 필름카메라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정리할 목적으로 포스팅을 했던 것처럼, 오늘은 올림푸스 DSLR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정리할 목적으로 포스팅을 하고자 한다.


 오늘 살펴볼 올림푸스 DSLR은 파나소닉 센서를 사용한 후기 모델 4종이다. 코닥 CCD를 사용한 전기 모델은 연식도 오래되었거니와, 분석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스펙이 낮고 특색이 뚜렷해 굳이 분석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다.


 E-3, E-30, E-620, E-5(출시일순)중 하나를 굳이 산다고 가정했을 때, 화질은 부차적 문제에 불과하다. 화질을 우선시하는 사람이라면 저 넷 중 어느 것도 사지 않는 게 현명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넷 중 가장 나은 화질을 보이는 E-5의 센서는 E-P1과 동일한 '사골 센서'고, 화질로는 이른바 '올림푸스 2세대 미러리스'(OM-D, E-PL5, E-PM2)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고감도 저노이즈로든, 다이나믹 레인지로든, 해상력으로든.


 하나 더. 휴대성도 부차적 문제에 불과하다.



 위 사진은 E-450과 OM-D를 비교한 사진이다. E-450은 올림푸스 DSLR중 가장 작은 모델이며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DSLR축에 들지만 미러리스인 OM-D의 상대는 되지 못한다. 미러를 삭제하고 플랜지백을 단축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마이크로포서드는 아주 잘 발휘하고 있는 편이다.


 후기 모델의 장단점을 따지고 포지션을 잡을 때는 올림푸스 미러리스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마이크로포서드는 어댑터만 끼우면 포서드 렌즈를 동일한 화각으로 AF까지 활용 가능한 시스템이고[각주:1], 동일한 철학으로 설계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E-620은 후기 모델 4종 중 가장 가벼운 모델이기도 하지만, OM-D만큼 조작성이 좋은 모델이기도 하다[각주:2]. E-5는 후기 모델 4종 중 가장 화질이 좋은 모델이기도 하지만, 12-60 SWD와 결합하였을 때 OM-D+물번들보다 AF가 빠른 모델이기도 하다.




 후기 모델 4종의 특징을 비교해 보면 위 사진과 같다.


 마그네슘 합금 바디, 방진방적, 시야율 100%의 뷰파인더 : 플래그십의 상징. E-3과 E-5의 스펙이다. 이러한 스펙의 가치를 높이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동시에 이러한 스펙이 바디를 무겁게 하고 가격(심지어 중고가격도)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2개의 다이얼, 상단 LCD 정보창, 최대 셔터속도 1/8000초, 11포인트 AF, 5연사 : 플래그십과 준플래그십에 속하는 E-3, E-30, E-5의 스펙이다. OM-D에 없는 상단 LCD와 1/8000에 목마른 사람이라면 유용할 것이다. SWD렌즈를 사용할 수 있다면 11포인트 AF모듈과 좋은 조합을 보여줄 것이다.

2개의 다이얼은 1개보다는 낫고, 5연사는 3연사보다는 나으니 그렇게 생각하자.


 동영상 : E-5에만 지원된다. 내장 마이크는 모노(…). 스테레오를 사용하고 싶다면 외장 마이크를 사용하자. 잭을 지원한다. (핫슈에 전용 마이크 끼워야 하는 게 아니라 다행이다)


 전자식 2축 수평계, 9가지 종횡비, 4컷 다중노출 : 필요한 사람에겐 필요하고 필요없는 사람에겐 그저 그런 기능. E-30과 E-5의 스펙이다. 2축 수평계는 수평선이나 지평선을 기울어지지 않게 도와주는 그 수평계와, 앙부각(고개를 들었는지 숙였는지)을 알려주는 수평계, 2가지가 지원된다. 셋 중에는 제일 쓸모가 많지만, OM-D에서도 지원하므로 상대우위는 없다.

 다양한 종횡비는 기본 화면(4:3비율)에서 잘라내 비율을 맞추는 식으로 적용된다(라이브뷰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특정한 종횡비를 매우 선호하는 사람이 RAW파일 용량을 줄이고 싶을 때는 유용하겠지만 그 외에는 별 의미가 없다. 후보정 소프트웨어로 잘라내면 될 테니까. 다중노출은 여러 컷을 소프트웨어적으로 합성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후보정 소프트웨어에서 여러 컷의 사진을 불러와 레이어와 불투명도를 설정해 합성하면 이 기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


 바디 내 핀교정, 컨트라스트 검출 AF, 장면모드, 아트필터, 1200만 화소, (+얼굴 감지) : 넷 중 그나마 신형인 E-30, E-620, E-5의 스펙이다.

 바디 내 핀교정이라 불리는 기능은 AF compensation으로 부르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각주:3]. 라이카 25mm f/1.4나 시그마 삼식이 같이 심도가 얕은 렌즈를 사용할 때 유용하다(포서드용 라이카 쩜사는 정발이 안 되어 교정받기도 힘드니, 이 기능이 더욱 필요하다). 왠만한 ZD렌즈는 그렇게까지 심도가 얕지 않아서 쓸 일이 없다(…).

 컨트라스트 검출 AF는 라이브뷰 같은 상황에서 쓰인다. 이 기능이 없는 E-3(그 외 E-410같은 구형 모델)은 라이브뷰를 할 때 AF를 맞추려면 미러를 잠시 내려 AF모듈을 동작해야 한다. 이 매커니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그러니까, 지구에 사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라이브뷰 모드로 사진 찍어달라고 카메라를 맡기면, 셔터 눌렀을 때 미러가 내려오면서 철컥 했으니 사진 찍힌 줄 알았다가 엉뚱한 컷을 찍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장면모드, 아트필터는 있으면 그래도 쓰니까 넣었다. 1200만 화소는 상대적으로 신형 센서라는 점에서 표시한 것이다.

 얼굴 감지 기능은 라이브뷰 상태에서 얼굴을 감지해 얼굴에 AF와 노출을 맞추는 기능이다. 반셔터 개념이 없는 사람에게 카메라를 맡겼을 때 정중앙에 있는 배경에 초점이 맞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어 좋다. 컨트라스트 검출 AF와 얼굴 감지 기능은 DSLR촬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할 때 유용한 기능이다.




 OM-D나 다른 미러리스에 비해 후기 모델 4종이 가질 수 있는 우위는 많지 않다. 모델별로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E-3, E-30, E-5 공통 : 상단 LCD 정보창이 있다. 최대 셔터속도 1/8000초를 활용할 수 있다. SWD렌즈를 장착했을 때 AF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러한 우위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E-3, E-30, E-5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E-30이 값싸고 E-3에 없는 기능을 몇 가지 지원하므로, 플래그십의 장점(마그네슘 합금 바디, 방진방적, 시야율 100%의 뷰파인더)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면 E-30이 좋은 선택일 수 있다. 플래그십의 장점이 필요하다면 E-3과 E-5중 하나를 골라야 할 것이다.

 대신 E-5외에는 동영상이 지원되지 않고, SWD렌즈가 생각보다 몇 없으며(가성비 좋은 표준영역에서는 12-60이 시작이자 끝이다), 최신 기종에 비해 크고 무겁고 화질이 떨어진다는 단점은 각오해야 한다.


 E-620 : OM-D보다 매우 싼 가격에 광학식 뷰파인더를 활용할 수 있다. 조작성이 OM-D와 비슷하며, 펜 시리즈보다는 훨씬 좋다.

 이러한 우위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E-620을 고를 수 있다. E-620으로 버티면서 OM-D나 타 기종의 가격 하락을 기다릴 수 있다. 플래그십과 준플래그십에 들어가는 11포인트 AF만은 못하지만 7포인트(5포인트 크로스) AF도 상당히 쓸만하고, 바디 내 핀교정과 라이브뷰, 바디 내장 IS와 같은 이런저런 기본 기능도 탑재되어 있으니 가성비는 좋은 편이다.




 후기 모델 4종의 고감도 노이즈와 해상력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왼쪽부터 E-3, E-30, E-620, E-5다. 위쪽부터 ISO800, 1600, 3200이며 E-5만 1600, 3200, 6400이다. (그러니까 이 차트에 페이크가 들어간 셈이다)


 컬러노이즈를 보았을 때 E-5의 고감도가 이전 모델에 비해 한 스탑 정도 진보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실사에서의 디테일 유지는 저 그림보다 좀더 디테일한 사진에서의 비교가 필요한데, 여기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사실 자료 구하기가 귀찮고 까다롭다)



 MTF차트 가로 해상도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왼쪽 끝에 보이는 표시선이 3000라인을 지시한다. 200라인 간격으로 표시선이 그어져 있다. 위쪽부터 E-3, E-30, E-620, E-5이다. E-3만 천만화소이고 나머지는 1200만 화소이므로 편의상 E-3차트 원본을 1200만 화소로 업샘플링하여 크롭했다. E-3이 열세에 있고, E-30, E-620, E-5로 갈수록 조금씩 개선되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의외로 이 사진에서는 E-5의 (이전 포서드 모델에 비해) '압도적이라는' 해상력이 돋보이지 않는다. 한 줄 건너 컨트라스트가 살아있다. 아래의 세로 해상도 결과도 참조해보자.



 MTF차트 세로 해상도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아래쪽 끝에 보이는 표시선이 3000라인을 지시한다. 200라인 간격으로 표시선이 그어져 있다. 왼쪽부터 E-3, E-30, E-620, E-5이다. 가로 해상도와 마찬가지로 E-3이 열세에 있고 E-30, E-620, E-5로 갈수록 개선되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E-5의 해상력이 돋보이지만, 모아레 같은 물결무늬가 나타났다. 위의 가로 해상도 결과와 함께 생각해볼 때, E-5가 소프트웨어적으로 모아레 패턴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모습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각주:4]


 고감도 저노이즈는 E-3, E-30, E-620이 대체로 비슷하며 E-5가 한 스탑 정도 진보된 성능을 보여준다. 해상력은 E-3이 떨어지고 E-30과 E-620이 개선된 편이며 E-5에 와서 상당히 개선되었다. 표로 비교하지 않았지만, ISO200에서 JPG로 촬영할 때의 다이나믹 레인지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E-3 JPG촬영에서 화이트홀이 비교적 잘 뚫리고(코닥→파나소닉 센서 전환기 모델인 E-410등에서도 발생한 문제다), E-30 이후로는 개선되었다는 의견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제품의 포지션은 플래그십부터 보급기까지 제각각이지만, 화질은 그와 상관없이 신형으로 갈수록 개선되는 경향을 보인다.


 지금까지 올림푸스 DSLR 후기 모델 4종(E-3, E-30, E-620, E-5)을 살펴보았다. 이제는 그림자마저 희미해져가는 마이크로포서드의 옛 조상들이지만, 아직 나름대로의 가치와 우위를 지니고 있다. 혹시 필요한 사람을 위해, 그리고 나의 관심과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이렇게 글을 남긴다.




 각주


  1. Imager AF(컨트라스트 검출 AF)를 염두에 두지 않고 설계된 렌즈는 미러리스에 물리면 AF잡는 속도가 느려지고, SWD렌즈는 현행 어댑터(MMF-1/2/3)에 물렸을 때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 속도보다는 화질을 염두에 둔 촬영이라면, 유효하게 쓸 수 있겠다. [본문으로]
  2. 기본 설정의 OM-D와 비교해 볼 때 E-620의 촬영 중 조작성은 OM-D에 뒤지지 않는다. (기본 설정의 OM-D의 서브다이얼은, 노출보정 버튼을 누른 채 돌리는 E-620의 메인다이얼과 수행하는 기능이 동일하다) OM-D에서는 화살표 키와 겸용하는 노출보정, AF설정, 플래시, 셀프타이머/연사 버튼이 E-620에서는 외부에 독립되어 있고, OM-D에서는 Fn1에 기본으로 할당된 AEL/AFL도 외부에 독립되어 있다. 따라서 그만큼 버튼 사용이 직관적이다. [본문으로]
  3. 특정 렌즈를 특정 바디에 끼웠을 때 전핀이라면 '이 렌즈를 이 바디에 끼웠을 때 AF센서가 지시하는 값보다 얼마만큼 뒤에 초점을 맞춰라'고 설정하는 것이다. 특정 렌즈는 바디에서 인식한 시리얼 넘버로 구분되며, 최대 20개의 렌즈까지 설정값을 저장할 수 있다. 서비스 센터에서 교정해 주는 것처럼 물건을 수리해주는 게 아니라, AF의 부정확도를 감안하여 어느 정도 앞이나 뒤에 초점을 맞추도록 의도적으로 '보정'하게 설정하는 것이니까, '핀교정'이라는 말보다는 AF compensation이라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노출 보정의 그 '보정'에 해당하는 영어 표현이 compensation이다). [본문으로]
  4. 로우패스 필터의 기능 중 하나는 모아레 패턴의 제거이고, 부작용 중 하나는 해상력 감소이다. E-5는 로우패스 필터를 얇게 만들어 해상력을 높이고, 대신 증가할 수 있는 모아레 패턴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처리했다고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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