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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디지털

서브 카메라로서의 똑딱이

느린악장 2012. 12. 11. 12:02

 이른바 '서브 카메라'로 똑딱이를 고려한다면, 아마 다음 조건이 중요할 것이다.


 1-1. 메인 카메라와 용도가 거의 겹치지 않아야 한다 : 용도가 겹치면 서브가 메인을 잡아먹거나, 메인에 치여 서브가 쓰일 일이 거의 없을 테니까.


 1-2. 현재 메인 시스템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 그것이 서브의 목적이니까.


 2. 적당히 값싸야 한다 : 어쨌거나 투자의 중심은 메인이니까.


 핸드폰 카메라는 저 조건에 상당히 잘 들어맞는다. 화질이 일반 디지털 카메라만은 못하니 메인을 잡아먹을 리는 없고(1-1), 항상 휴대하므로 메인이 없을 때도 사용하기 용이한 데다(1-2), 카메라가 내장된 핸드폰을 보유하고 있다면 추가로 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2). 카메라가 내장된 핸드폰이 많이 보급되고, 핸드폰에 내장된 카메라의 품질이 좋아지면서 상황은 이렇게 바뀌었다.


 폰카에 비해 별다른 화질의 우위를 보이지 못하는 똑딱이들이 의외로 많다. 값싼 똑딱이에 많이 채용되는 1/2.7"나 1/3"급 센서는 핸드폰 카메라에 들어가는 센서와 크기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데, 이 정도 차이는 거기에 들어가는 기술이나[각주:1] '대량 생산의 우위'를 통한 원가 절감+우수한 자재 투입[각주:2] 등으로 극복이 가능한 수준이다.


 따라서 2번 조건에 집중해 무작정 값싼 서브만을 추구할 일은 아니다.


 서브가 메인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몇 가지 우위는 다음과 같다.


 1) 휴대성 : DSLR이나 미러리스의 표준줌이 작아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 이 우위는 왠만해서는 침해받을 일이 없다.


 2) 고배율 줌 : 같은 스펙의 렌즈를 DSLR이나 미러리스에서 갖출 때 들어가는 돈과 그 시스템을 들고 다닐 때의 어려움을 생각해보면, 역시 왠만해서는 침해받을 일이 없다.


 3) 아웃도어 (방수/방충) : DSLR이나 미러리스를 바닷가나 스키장 같은 곳에서 마구 굴리기는 힘드니, 마찬가지로 왠만해서는 침해받을 일이 없다.


 4) 그 외 특수 기능 : 메인이 동영상 기능이 없거나 부실한데 가끔 동영상 기능이 필요하다면, 동영상 기능이 좋은 서브가 유용하다. 프로젝터 기능과 같은 특수기능이 내장된 카메라는 특정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각 우위를 면밀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휴대성


 메인으로 일상 스냅을 찍고 서브로도 일상 스냅을 찍는데 서브를 들고 다니는 시간이 더 많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메인을 처분하거나 좀 더 들고 다니기 편한 기종으로 기변하라고 권하고 싶다.


 찍을거리는 촬영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다. 마음먹고 출사를 나선다고 나타나주는 게 아니고, 카메라 두고 왔다고 '그럼 다음에…' 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인물 스냅을 즐겨 찍는 촬영자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모든 때, 풍경을 즐겨 찍는 촬영자는 밖으로 나가는 모든 때 일단 카메라를 들고 나가는 게 이상적이다.


 메인을 자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집에서 노는 아이 사진을 주로 찍는 엄마아빠[각주:3]라면 메인을 집에 모셔두어도 된다. 필요할 때 곧바로 꺼내 쓸 수 있을 테니까. 스튜디오 작업을 하는 사진가라면 개인적으로 외출할 때는 메인을 스튜디오에 모셔두어도 된다. 당연히. 사진기자가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메인을 집에 모셔두어도 된다. 특종을 잡을 서브는 들고 다니는 게 좋겠지만.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무거워서 서브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당신의 메인은 당신이 쓰기에 좀(혹은 많이) 거추장스러운 것이라 여기고 장기적으로는 메인을 좀 더 작고 가벼운 것으로 바꿀 계획을 짜는 게 낫다. 작고 화질 좋고 비싼 서브는 이미 서브가 아니다. 그건 또 하나의 메인이다.




 2) 고배율 줌


 고배율 줌을 제공하는 파워줌이 유용한 경우는 여행, 행사 촬영, 동영상 촬영 정도를 들 수 있다. 발줌과 렌즈 교환으로 커버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파워줌은 짐을 줄여주어 여행을 편하게 한다. 여행의 본질에 닿은 중요한 장점이다.


 행사에서 파워줌은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대낮 야외가 아니라면 행사에서는 빛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파워줌의 장망원+밝은 렌즈는 빛이 적은 상황에서 유용하다. 센서가 작아 심도가 너무 얕아질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각주:4] DSLR이나 미러리스보다 작아 휴대하기 편하고, 촬영할 때 소음도 나지 않아서 촬영할 때 주위를 신경쓸 필요가 없다.


 동영상 촬영에서도 파워줌은 유용하다. 촬영 도중 렌즈를 교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고배율 줌이 필요한데, 행사 촬영이나 취재를 전문으로 하는 촬영자가 아닌 이상 DSLR이나 미러리스에 쓰이는 고배율 줌은 계륵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용 빈도가 낮고 화질이 떨어지니까. 이런 경우라면 고배율 파워줌을 서브로 들이는 것을 생각해볼 만하다.




 3) 아웃도어


 방진방습 기능을 가진 DSLR이나 미러리스 시스템을 바닷가나 스키장에서 마구 굴릴 용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수영장에 갈 때나 등산, 자전거 여행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소금기, 습기, 온도차로 인한 이슬맺힘, 저온, 충격 등은 어지간한 방진방습 시스템도 망가뜨릴 만큼 강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터프한 상황에서 마구 굴리기에, 그리고 여차해서 고장이 나도 상대적으로 적은 타격을 받고 버리기에 아웃도어용 서브만큼 적합한 카메라는 없다. 일년에 한두 번 출동하는 데 쓰인대도 쓸모가 있다.


 방수를 지원하려면 이너줌이 사실상 필수기 때문에 배율이 낮고 센서가 작으며 화질이 상대적으로 나쁠 가능성이 높다. 핸드폰 카메라와 자웅을 겨루거나 그보다 못한 수준의 카메라도 종종 눈에 띈다. 2012년 신제품 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니콘 S30모델이 눈에 들어온다. 값싸고, AA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용배터리를 운용하는 부담이 없어서 이래저래 무난해서다. 제아무리 방수/방충을 지원해도 고장나면 소용이 없기 때문에[각주:5] 값이 싸야 하고, 범용성 높은 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델이 좋다[각주:6].




 4) 그 외 특수 기능


 이제는 동영상이 특수 기능이라고 하기도 뭣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동영상 기능이 지원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부실한 카메라를 메인으로 쓰고 있다면 동영상 겸용 서브는 유용하다. 동영상을 가끔 찍는데 아예 안 찍을 수는 없고 메인을 바꾸자니 돈이 많이 들어가거나 렌즈를 처분하기 곤란하다면(DSLR→미러리스를 생각하는 경우 등) 서브를 들이는 것이 나으니까. 고배율 줌 모델이라면 동영상 찍기에 더 좋다. 2번 항목 참조.


 프로젝터 기능과 같은 특수기능이 내장된 카메라는 특정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내장된 장비의 성능과는 별개로, 일단 '있다는 것' 자체로 쓸모가 생길 수 있으니까.


 특수 기능이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야외에서 강점을 보이지만 "밤이면 퇴근하는" 카메라들[각주:7]을 야외용 서브로 쓸 수도 있다. 메인을 주로 실내에서 쓰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런 조합이라면 메인이 컴팩트고 서브가 DSLR이어도 이상하지 않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서브의 특성이 무엇인지 생각한 다음 그 특성에 맞는 카메라를 고르자. 그 모델이 위에서 말한 1, 2, 3, 4, 가격 조건 중 여러 가지에 해당된다면 더욱 좋다.





 각주


  1. 이면 조사 센서 같은 신형 센서를 사용한다거나 [본문으로]
  2.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의 모델별 생산량과 완제품 똑딱이의 모델별 생산량을 비교해 보자. 갤럭시 시리즈나 아이폰 시리즈에 들어가는 모듈 정도면 어지간한 당대의 베스트셀러 똑딱이보다 많이 생산되고 많이 팔린다. [본문으로]
  3.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 도 포함된다. [본문으로]
  4. 한 사람만 부각해 찍는 경우가 아닌 이상 행사에서는 팬포커스가 더 유용할 때가 많다. [본문으로]
  5. "고갱님, 정밀검사 결과 저희 회사가 보증하는 수압/충격 내에서 고장이 났음이 확인되었으므로 교환해 드리겠습니다." 같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고장날 당시의 수압과 충격을 증명할 방법이 고객에게… 있던가? [본문으로]
  6. 배터리가 갑자기 떨어졌을 때 구하기 쉽고, 싼 값에 추가배터리를 마련할 수 있고, 카메라를 처분할 때 '내가 추가배터리를 얼마 주고 샀는데 이 값에 팔다니…' 처럼 속쓰려하지 않아도 되므로. [본문으로]
  7. 포베온 센서를 사용한 시그마 카메라, 필름카메라(조명을 싸갖고 다닌다거나, 고감도 필름+밝은 렌즈 조합을 쓴다면 예외), 좋은 발색과 뛰어난 계조를 보이는 구형 모델 : 코닥 DSLR(14n, 14c등), 코닥 CCD를 사용한 올림푸스 DSLR(E-1, E-300, E-500등), 후지필름 구형 DSLR(대략 1%/2%/3%), 기타등등.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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