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갈 일이 생겼다. 그동안 필름의 특성(색감, 입자감, 계조, DR 등)에 별 신경을 쓰지 않다가 왠지 호기심이 생겨서, 일부러 여러 종류의 필름을 섞어서 구입해 보았다. 야외 촬영이 주가 될 것이고, 촬영한 필름을 한꺼번에 맡기면 어느 정도 비슷한 조건(동일한 작업자, 동일한 장비, 유사한 세팅)으로 스캔이 될 테니 필름의 특성을 비교해볼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였다. 매우 화창한 날 순광으로 찍은 사진. (인물 사진의 배경이라 초점이 잘 맞지는 않았다) 프로포토 100-포트라 160-프로이미지 100 순서이다. 엑타 100은 이 조건에 맞는 사진이 없어서 넣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여행에서 필름에 대한 기대를 많이 접어야 했다. 프로포토 100과 프로이미지 100은 매우 화창한 날의 야..
해상력 때문에 중형으로 눈이 돌아가는 나를 달랠 겸, 필름 스캔을 맡길 때 어느 정도의 해상도로 스캔을 요청하는 게 좋을 지도 알아볼 겸, 필름의 해상력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135) 필름은 몇만 화소냐"는 질문은 디지털카메라의 초창기에 흔히 볼 수 있었다. 적게는 4MP(4백만 화소), 많게는 20MP(2천만 화소)까지 잡는 필름의 '화소수'는 구름 위를 떠다니는 숫자처럼 종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20MP급 DSLR과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한 이후 "고화소 때문에 핸드블러가 신경쓰인다"는 말이 새롭게 부각되었고, 이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이 "1/(초점거리)s"의 규칙을 지켰다고 가정한다면 필름 시절에 무난히 통하던 "1/(초점거리)s"의 규칙이 20MP급 디지털카메라에는 더 이상 적용되기 힘..
피사계심도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카메라는 그만한 표현의 자유를 추가로 얻는다. 피사계심도를 얼마나 얕게 할 수 있느냐(이른바 아웃포커싱이 얼마나 잘 되느냐)가 장비를 평가하는 척도의 하나가 될 수 있는 건 그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필름카메라는 꽤 저렴한 배경 지우개라고 부를 만하다. 50mm F/1.7 정도의 스펙을 가진 렌즈 붙박이 RF필카는 10만원 미만의 중고제품이 흔한 편이다. 캐논 GIII QL17도 그 중 하나다. 4롤에 만 원 하는 필름스캔을 받는다면 필름 가격을 포함하여 한 컷에 180원 정도 돈이 들어가는 셈이다. 천 컷에 18만원 꼴이다. 촬영 컷수가 적고 한 컷 한 컷을 비교적 검증된 방법으로(굳이 결과물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어떻게 나올 지 예측 가능하게) 촬영하는 사람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