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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화소 시대의 심도와 셔터속도"에서 이어지는 글이다.


 오늘날의 마이크로포서드는 사람과 배경이 모두 선명하게 나와야 하는 여행지 기념사진이나 충분한 피사계심도를 확보해야 하는 접사와 같은 용도에서 '작은 판형의 우위'를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16MP급 마이크로포서드 카메라는 초점거리 17mm, 조리개 f/11에서 과초점거리가 2.78m이다. 16MP급 135포맷 카메라가 초점거리 35mm, 조리개 f/16에서 과초점거리가 6.13m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도 확보에 훨씬 유리하다.[각주:1]


 대부분의 135포맷용 렌즈는 f/16정도부터 회절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대부분의 마이크로포서드용 렌즈는 f/11정도부터 회절 현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해상력을 최대한 보존하는 선에서 조리개를 조일 수 있는 한계는 135가 f/16, 마이크로포서드가 f/11정도라고 할 수 있다. 16MP급에서 이른바 '환산 초점거리'가 동일하면 마이크로포서드의 f/11이 135의 f/16보다 더 짧은 과초점거리를 얻는다는 계산이 나왔으니, 마이크로포서드는 한계까지 조인 조리개로 더 깊은 심도를 확보할 수 있고, 따라서 심도 확보에 훨씬 유리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각주:2].


 3MP급 디지털카메라에 대응하는 착란원 크기가 충분하던 시절, 즉 저화소 시대에는 포서드의 '깊은 심도'가 별 매력이 될 수 없었다. 135나 APS-C는 포서드보다 조리개를 더 조이면 충분히 깊은 심도를 확보할 수 있었고, 조리개를 개방해 충분히 얕은 심도까지 확보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DSLR이나 미러리스가 16MP를 넘어선 오늘날, '깊은 심도'의 문제는 현실이 되었다. 135나 APS-C에서 충분한 심도를 확보하기 위해 조리개를 조이면 회절이 일어나고, 따라서 고화소의 해상력을 최대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여행지 기념사진이나 접사와 같은 장르에서 발생할 만큼 화소수가 늘어나 버렸으니까.


 화소수가 더 늘어난다면 마이크로포서드 판형도 심도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다. 24MP급 마이크로포서드 카메라가 나온다면[각주:3] 17mm, f/11에서 과초점거리가 5.13m라는 계산이 나오므로 여행지 기념사진 용도로 쓰기 힘들다. 그렇다면 CX나 2/3", 또는 그보다 작은 판형이 마이크로포서드의 자리를 노릴 것이다.


 판형이 작아지면 그만큼 센서, 이미지 프로세서, 렌즈에 그만큼 높은 수준의 기술이 들어가야 한다. CX나 2/3" 판형은 아직 20MP가 넘어가는 화소수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소형화를 추구하는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의 취미 덕분에 고화소를 감당할 수 있는 카메라와 렌즈를 얼마간 갖춘 마이크로포서드는 한동안 이 틈새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을 것이다.


 렌즈의 해상력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깊은 심도를 확보하기 위해 무작정 작은 판형을 선택할 수는 없다. 동일한 화소수의 센서[각주:4]를 감당하려면, 2/3"의 렌즈에는 135의 그것보다 "4배 선명한"[각주:5] 렌즈를 제조할 기술력이 들어가야 하는데, 전자기기인 센서와는 달리 광학기기인 렌즈에서 "4배 선명한" 물건을 만들기는 어렵다. 그냥 4배 선명한 것도 아니고 캐논의 L렌즈 같은 고급 렌즈보다 4배 선명한 렌즈라면 더더욱 어렵다.[각주:6]


 회절 문제 때문에 판형을 줄이려는 움직임과 렌즈의 해상력 문제 때문에 판형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은 어느 지점에서 균형을 잡게 될 것이다. 마이크로포서드가 당분간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는 있겠지만, 니콘이 작정하고 렌즈를 깎는다면 CX포맷(니콘 1마운트)에서 균형이 잡힐 수도 있고, 후지필름이 작정하고 렌즈를 깎는다면 2/3"(두 자리수 X모델 똑딱이)에서 균형이 잡힐 수도 있다. 두고 볼 일이다.




 주석


  1. 16MP급 마이크로포서드 카메라는 0.0065mm, 16MP급 135포맷 카메라는 0.0125mm의 착란원 크기를 사용하였다. [본문으로]
  2. '환산 초점거리'와 피사체와의 거리를 동일하게 맞춘 상황에서 마이크로포서드의 f/11과 135의 f/16으로 각각 촬영한 사진의 심도(앞서 말한 0.0065mm와 0.00125mm의 착란원 크기를 사용하여)를 비교해도, 마이크로포서드 쪽의 심도가 깊다. [본문으로]
  3. 0.005mm의 착란원 크기를 사용하였다. [본문으로]
  4. 센서와 이미지 프로세서의 성능은 충분하다고 가정한다. [본문으로]
  5. 동일한 소재와 동일한 수준의 기술력을 투입해서 렌즈를 깎을 때, 135에서 8000lph를 낼 수 있는 렌즈는 2/3"에서 2000lph밖에 내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 때 편의상 2/3" 디지털카메라 시스템은 135포맷 디지털카메라 시스템을 비율에 맞추어 축소한 형태의 설계라고 가정하고, lph라는 측정값의 특성상 화면비는 동일하다고 가정한다. [본문으로]
  6. 가격 문제 때문에 큰 판형 렌즈에 마음껏 쓸 수 없는 고급 재료를 작은 판형 렌즈에 마음껏 쓴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작은 판형이 유리해질 수는 있다. 비율에 맞추어 축소한 형태의 설계일 때, 포서드에 들어가는 렌즈 부피는 135에 들어가는 렌즈 부피의 1/16이고, 2/3"는 135의 1/64이다. 단순 계산한 재료비만 따져봐도 작은 판형이 많은 이득을 보는데, 수율의 문제까지 들어가면 아주 큰 이득을 보게 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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