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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소 시대의 심도와 셔터속도

느린악장 2013.04.03 17:06

 135 필름을 쓰던 시절 사용하던 착란원 직경 0.029mm는 약 1MP의 디지털 화상에 대응하고, (베이어 보간을 감안하였을 때) 약 3MP의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에 대응[각주:1]한다고 할 수 있다. (135) 필름을 쓰던 시절에는 결과물의 해상력이 이 정도 되면 '초점이 맞은 것'으로, '흔들리지 않은 것'으로 취급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의 화소수가 늘어나고 센서와 렌즈의 성능도 어느 정도 증가한 화소수를 따라 향상되면서, 예전 기준으로 심도를 계산하고 셔터속도를 확보했다가는 원하는 만큼 선명한 이미지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나게 되었다. 심도계산기가 알려주는 값대로 조리개를 조였는데 배경이 좀 흐릿하게 나오는 일도 있고, 이른바 "1/(초점거리)s"의 규칙에 따라 초점 거리 50mm에 셔터속도 1/50초를 확보[각주:2]했는데 좀 흔들린 사진이 나오는 경우도 생긴다. 3MP에 대응하던 시절의 착란원 크기는 고화소 시대에 적합하지 않아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핸드블러를 방지하고 피사계심도를 충분히 확보해 모니터에서 100% 확대하여도 선명하게 보이고, 대형인화를 하여도 선명하게 보이도록 하려면 착란원의 직경을 일반적인 135포맷 필름의 그것보다 작게 잡으면 된다.[각주:3]


 12MP는 3MP보다 화소수가 4배 많다. 3MP급 착란원 직경인 0.029mm를 4의 루트값인 2로 나누면 약 0.015mm가 나온다. 이것이 12MP급 디지털카메라의 해상력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한 착란원 직경이다. 24MP는 3MP보다 화소수가 8배 많다. 3MP급 착란원 직경인 0.029mm를 8의 루트값인 2.83으로 나누면 0.010mm가 나온다. 이것이 24MP급 디지털카메라의 해상력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한 착란원 직경이다.


 핸드블러를 방지하려면 착란원이 작아진 만큼 셔터속도를 더 확보하면 된다. 12MP는 착란원이 1/2로 줄어들었다 보고 셔터속도를 "1/(초점거리×2)s"만큼 확보하면 된다. 135포맷 기준으로 초점거리가 50mm라면 1/100초를 확보하는 것이다. 24MP는 착란원이 1/3로 줄어들었다 보고 셔터속도를 "1/(초점거리×3)s"만큼 확보하면 된다. 50mm에서 1/150초를 확보하는 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렌즈가 무작정 밝아질 수는 없으니 결국 감도를 올려 셔터속도를 확보하거나 손떨림 보정 장치의 도움을 받아 핸드블러를 방지해야 한다.


 심도를 계산하려면 심도계산기에 새로 계산한 착란원 직경 값을 넣어주면 된다. 계산을 해 보면 정말 심각해졌다. 과초점거리(hyperfocal distance)를 활용한 팬포커스 촬영을 하려면 필름 시절에는 초점거리 35mm, 조리개 f/16에서 과초점거리가 2.64m였지만 착란원 크기가 0.015mm(12MP급)로 줄어들면 5.10m, 0.010mm(24MP급)로 줄어들면 7.66m로 늘어난다. 정말 버틸 수가 없는 숫자다.


 소박하게 3×5나 4×6인화 정도나 하고 1MP정도 크기의 웹용 리사이즈나 해서 쓴다면 예전 필름카메라 시절처럼 운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고화소에 걸맞는 해상력을 만끽하려면 피사계심도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제아무리 센서, 이미지 프로세서, 렌즈의 성능이 좋아도 피사계심도 밖으로 나가버리면 흐릿해질 수밖에 없다. 여행지 기념사진이나 접사와 같은 깊은 피사계심도가 필요한 촬영 상황에서 화소수가 늘어나면 예전보다 조리개를 더 조일 수밖에 없는데, 회절현상 때문에 조리개를 조이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피사계심도를 확보하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작은 판형을 선택하는 고육지책은 그 중 하나다.


 컴퓨터의 저장용량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성능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카메라 제조사가 화소수를 마음껏 늘려도, 용량이 늘어난 사진 파일을 저장하고 편집하기에 큰 문제가 없다.[각주:4] 사실상 끝이 난 미니컴포넌트의 와트수 놀이와 CPU의 클럭수 놀이와 달리, 디지털카메라의 화소수 놀이는 앞으로도 꽤 오래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비자가 큰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 이상 마케팅에 유용한 화소수 늘리기를 제조사가 포기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제조사들이 화소수 놀이보다는, 늘어난 화소수를 감당할 수 있는 카메라와 렌즈를 좀 더 싸고 작고 가볍게 만드는 데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원한다. Small RAW, Medium RAW같은 유용한 옵션을 캐논이 아닌 다른 제조사의 카메라에서도 제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렌즈 해상력이 버텨내지 못하든, 회절현상때문에 더 조일 수 없는 조리개가 버텨내지 못하든 상관없이 진행되는 화소수 놀이는 이제 끝이 날 때도 되었다.




 주석


  1. (36÷0.029)×(24÷0.029)×3=1241×828×3=3,082,644. 센서/필름/렌즈의 성능, 촬영 환경 등이 충분히 좋을 때. [본문으로]
  2. 135포맷 기준. [본문으로]
  3. 편의상 디지털카메라 시스템의 센서, 이미지 프로세서, 렌즈의 성능은 화소수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좋다고 가정한다. [본문으로]
  4. 물론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구형 컴퓨터에서는 용량이 늘어난 사진 파일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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