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제목의 노래를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오늘은 그 노래의 제목만을 따 와서 글을 쓰려고 한다. 장비 동호회라고 할 만한 사이트에서 놀다 보면 그 사람의 장비 '이력서'를 볼 일이 생긴다. "이런저런 장비를 써봤노라"며 올린 추억의 글 혹은 리뷰 말이다. 그 사람이 걸어온 이야기가 들어 있어 대개는 고개가 끄덕여지나,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이력서를 마주하는 순간도 있다. 이해가 가지 않는 이력서는 대개 이러한 모습을 하고 있다. 1) 장점 A1, A2때문에 A모델을 샀다. 쓰다 보니 단점 a1, a2가 눈에 거슬렸다. 그래서 내다 팔고 단점 a1, a2가 없는 B모델로 바꿨다. 2) B모델을 쓰다 보니 단점 b1, b2가 눈에 거슬렸다. 그래서 내다 팔고 단점 b1, b2가 없는 C모..
피사계심도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카메라는 그만한 표현의 자유를 추가로 얻는다. 피사계심도를 얼마나 얕게 할 수 있느냐(이른바 아웃포커싱이 얼마나 잘 되느냐)가 장비를 평가하는 척도의 하나가 될 수 있는 건 그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필름카메라는 꽤 저렴한 배경 지우개라고 부를 만하다. 50mm F/1.7 정도의 스펙을 가진 렌즈 붙박이 RF필카는 10만원 미만의 중고제품이 흔한 편이다. 캐논 GIII QL17도 그 중 하나다. 4롤에 만 원 하는 필름스캔을 받는다면 필름 가격을 포함하여 한 컷에 180원 정도 돈이 들어가는 셈이다. 천 컷에 18만원 꼴이다. 촬영 컷수가 적고 한 컷 한 컷을 비교적 검증된 방법으로(굳이 결과물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어떻게 나올 지 예측 가능하게) 촬영하는 사람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