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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필름

필름의 해상력

느린악장 2013. 3. 4. 00:19

 해상력 때문에 중형으로 눈이 돌아가는 나를 달랠 겸, 필름 스캔을 맡길 때 어느 정도의 해상도로 스캔을 요청하는 게 좋을 지도 알아볼 겸, 필름의 해상력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135) 필름은 몇만 화소냐"는 질문은 디지털카메라의 초창기에 흔히 볼 수 있었다. 적게는 4MP(4백만 화소), 많게는 20MP(2천만 화소)까지[각주:1] 잡는 필름의 '화소수'[각주:2]는 구름 위를 떠다니는 숫자처럼 종잡을 수 없었다.[각주:3]


 하지만 20MP급 DSLR과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한 이후 "고화소 때문에 핸드블러가 신경쓰인다"는 말이 새롭게 부각되었고, 이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이 "1/(초점거리)s"의 규칙을 지켰다고 가정한다면 필름 시절에 무난히 통하던 "1/(초점거리)s"의 규칙[각주:4]이 20MP급 디지털카메라에는 더 이상 적용되기 힘들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135) 필름의 해상력은 20MP보다는 훨씬 낮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Clark는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계산한 결과 후지 프로비아 100은 7MP급, 후지 벨비아 50은 14MP급 디지털 카메라에 대응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각주:5] 많은 사람들이 ISO100 필름을 사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람들이 "(135) 필름은 몇만 화소냐" 물을 때 "일반적으로 7MP 또는 그 이하"라는 답변을 할 수 있으리라.




 나는 다른 방식으로도 접근하고 싶어, 코닥 사가 제공하는 Print Grain Index(PGI)라는 값으로 계산을 해 보았다.


 PGI는 인화한 결과물을 14인치 떨어져서 바라볼 때 입자가 두드러지게 보이는 정도를 수치화한 것으로, 25보다 작은 값이면 사람은 입자감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여기에 사람은 10인치 떨어져서 바라본 5lpm을 구별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각주:6]를 적용하여, 14인치 떨어진 3.57lpm급 입자를 구별할 수 없다고 보고 '구별할 수 없는 입자 크기의 경계선'을 하나의 온전한 화소[각주:7]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계산 편의상 PGI 30을 3.5lpm으로 보고, 7개의 화소가 늘어서면 1mm가 된다고 가정하겠다. lpm은 line pairs per mm이므로, 3.5lpm은 7 lines per mm에 해당한다. PGI 25에서는 7.14개의 화소가 늘어서면 1mm가 된다. PGI 30이 3.5lpm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다소 느슨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나중에 소수점을 정리할 때 '버림'을 적용하는 것으로 이 느슨한 기준에 대응하겠다.


 135포맷 코닥 160NC 필름은 4x6으로 인화하면 PGI가 30이다. 이 필름은 약 2.2MP[각주:8]에 해당한다. 중형(6x6) 코닥 160NC 필름은 8x10으로 인화하면 PGI가 30이다. 이 필름은 약 7.3MP[각주:9]에 해당한다. 생각보다 화소수가 형편없이 낮다. 아까 말한 7MP니 14MP니 하는 숫자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포트라 160NC는 위에 명시된 필름 중 상대적으로 입자가 굵은 편에 속한다. 부드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대신 해상력은 낮다. 입자가 고운 편에 속하는 엑타라면 포트라보다 훨씬 높은 해상력이 나올 것이다.


 아쉽게도 나에겐 THE KODAK GRAIN RULER와 같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없어 엑타 필름으로 어느 정도 크기의 인화물을 만들어냈을 때 PGI 30급 결과가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 PGI에 나온 비슷한 결과값들을 바탕으로 역산을 시도하면, 8x10으로 인화하였을 때 PGI가 38인 엑타 100은 160NC보다 확대율을 약 1.6배 크게 해도(프린트 면적을 2.56배 넓게 해도) 비슷한 입자감이 나올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이 값을 토대로 계산하면 135포맷 코닥 엑타 100 필름은 약 5.6MP, 중형(6x6) 코닥 엑타 100 필름은 약 18MP에 해당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 글에서 계산한 값을 한데 모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35포맷 필름의 해상력

 엑타 100 : 약 5.6MP에 대응

 포트라 160NC : 약 2.2MP에 대응


중형(6x6) 필름의 해상력

 엑타 100 : 약 18MP에 대응

 포트라 160NC : 약 7.3MP에 대응




 큰 판형은 본질적으로 '넉넉하다'. 따라서 판형의 크기를 무시하고 "730만 화소짜리 똑딱이가 160NC필름을 장착한 중형 카메라에 필적하는 해상력을 낼 수 있겠다"는 식으로 이 글이 받아들여지는 것을 나는 원하지 않는다. DR이나 노이즈에서와 마찬가지로, 해상력 측면에서도 작은 판형이 큰 판형을 이기려면 훨씬 높은 수준의 기술과 정밀한 생산공정의 뒷받침을 받아야만 한다.


 내가 이 글을 작성하고 얻은 결론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135포맷의 ISO160~400 필름을 스캔 맡긴다면 3MP도 괜찮겠다.

 2. 샤프한 ISO100 필름을 맡긴다 해도 6MP면 충분하겠다.

 3. 포트라 160을 끼운 중형 카메라 인물 촬영이라면 S5pro로도 대충은 따라할 수 있겠다.[각주:10]

 4. 엑타를 끼운 중형 카메라 풍경이라면 20MP급 FF DSLR로도 대충은 따라할 수 있겠다.[각주:11]

 5. 해상력만 놓고 본다면 DP1/2/3 Merrill은 중형 필름카메라 뺨치겠다.


 20MP급 FF DSLR 가격은 계속 내려오고, 디지털카메라의 해상력과 DR과 노이즈는 계속 개선·향상되고 있다. 필름의 운치를 즐길 목적이 아니라면, 이제 와서 중형이라는 이유만으로 마미야 7 같은 모델을 살 필요는 없어 보인다.




 주석


  1. http://en.wikipedia.org/wiki/Digital_versus_film_photography [본문으로]
  2. 이후에도 말하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화소수는 베이어 보간에 따른 손실을 감안한 수치이다. 포베온 방식의 디지털카메라는 이 화소수에 ÷3을 할 수 있고, 로우패스 필터를 깎거나 제거하여 해상력을 높인 디지털카메라는 이 화소수에서 일정량(%)을 뺄 수 있다. [본문으로]
  3. 편의상 디지털카메라 시스템의 센서, 이미지 프로세서, 렌즈의 성능은 화소수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좋다고 가정한다. [본문으로]
  4. 초점거리가 50mm라면 셔터속도 1/50초 이상을 확보한다는 규칙. (135 판형 기준) [본문으로]
  5. http://www.clarkvision.com/articles/film.vs.digital.summary1/index.html [본문으로]
  6. http://en.wikipedia.org/wiki/Circle_of_confusion [본문으로]
  7. 베이어 보간에 따른 손실을 감안한다면, 이 화소수에 3을 곱해야 디지털카메라 센서의 화소수가 된다. [본문으로]
  8. 4x6 인화물의 크기는 100×150mm. 1mm=7pixel이면 화소수는 700×1050=735,000. 베이어 보간에 따른 손실을 감안하면 735,000×3=2,205,000. '버림'을 적용해 MP로 다듬으면 2.2MP. [본문으로]
  9. 8x10 인화물의 크기는 200x250mm. 이후 계산 과정은 1400×1750×3=7,350,000. [본문으로]
  10. 고급 렌즈를 끼워야 할 것이다. [본문으로]
  11. 매우 탁월한 성능의 최고급 렌즈를 끼워야 할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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